“Live Earth”,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다보스의 메시지

다양한 주제의 세션만큼이나 각계 저명 인사들이 자리해 개최 때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다보스 포럼. 개막 첫날은 세계 저명 기후학자와 정치·경제 리더들이 모여 기후변화 대책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특히 기후변화 전도사’로 잘 알려진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가 연사로 참석해 국제사회가 직면한 환경문제에 대해 역설했으며, 또한 올해 6월 열릴 세계 7개 대륙에서 모인 예술가 100여명이 기후 변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라이브 어스’ (Live Earth) 공연에 대해 발표했다.

미국 부통령 퇴임 후 세계 각지를 돌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왔던 앨 고어는 <위기에 처한 지구>, <불편한 진실> 등 환경 관련 저서를 펴내왔으며, 이러한 업적으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강연들은 한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해 “What’s Next? A Climate for Action”이라는 제목의 세션으로 앨 고어가 연단에 섰다.

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세계 인구가 24시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11억 톤에 달하며, 이것이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누적효과는 400,000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과 맞먹는다고 한다. 최근 몇 년만 돌아보아도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재난들로 얼룩져있다. 2013년에는 필리핀에 사상 최악의 태풍 ‘메칼라’가 휩쓸고 지나가 400만 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2014년 아프가니스탄 산사태와 홍수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의 수는 아프간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만큼이나 많았다. 선진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앨 고어가 세션에서 보여준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에서는 발생하는 허리케인 피해는 해마다 그 규모를 더해가고 있다.

이처럼 자연재해는 생명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에서 끝나지 않고, 간접적이면서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재해 구호활동 이전에 적극적인 예방책을 마련하는 선제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령 1도 가량만 온도가 상승해도 기상이변으로 어느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을, 또 다른 지역에서는 홍수를 불러일으켜 심각한 식량난을 야기할 수 있다. 이는 식품 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국제 분쟁이나 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나비효과의 시발점이다. 앨 고어가 이번 세션에서 언급했듯이 지난 2014년 이라크나 시리아 등지에서 엘니뇨 현상으로 곡물가격이 급변하며 식량 수급에 어려움을 초래한 바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확산되며 탄소배출 규제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번 세션은 국가들에게 보다 적극적인 행동조치를 촉구 한다는 점에 있어서 그 중요성이 남다르게 와 닿는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에 치명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 특히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선진국들은 미온적 반응으로 일관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조금씩 힘을 쏟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해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2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지침을 확정하였고, 지난 11월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와 맥을 같이하여 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도 지난 12일 탄소배출권 거래를 시작했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 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 10곳 중 9곳은 아시아이며, 한국은 위험 국가 순위 18위에 올라있다. 아태지역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한국의 위치나 역할이 작지 않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도 올해 탄소배출권제 시행으로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첫발을 내디뎠다. 새로운 제도 도입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와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 또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등 우려의 목소리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전세계가 직면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행동으로 이어지는 조치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한 개인, 기업의 역할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탄소배출권제 등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