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스템은 더 안전해 졌는가?

2008년 세계경제위기는 숨겨져 왔던 세계 금융산업의 취약점들이 잇따라 노출되는 계기였다. 취약한 금융시스템의 1차적 피해자는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금융기업들이었지만 세계경제도 그 여파로 장기간의 불황을 겪어야 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 모두 금융분야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책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미국에서는 금융개협법안이 시행됐고, 유럽에서도 수년간 논의됐던 금융개혁법안의 최종 버전인 바젤협약Ⅲ이 통과되어 금융시스템 개선의 마침표를 찍었다.

금융기관들은 바젤협약 규정에 따라 자기자본비율을 높였고, 스트레스테스트를 받아 취약점을 보완했으며 경영진의 윤리규정을 강화했다. 이런 시스템개선 노력들이 실제 금융시장안정화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됐을까?

금융분야 종사자들은 대부분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반면 일부 학자들은 금융위기 재발위험이 여전하다며 상반된 의견을 보였다.  Urs Rohners 크레딧스위스그룹 이사회 의장은 “금융분야는 경제위기 이후 패러다임 변화라고 할 만한 개혁을 통해 더 강한 체질과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유럽금융감독위원회 Andrea Enria 회장은 “개혁이 금융권의 성장을 가로막기보다는 오히려 시장확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피에트로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경제재무부장관은 “금융개혁은 여전히 진행중이며 국가별 지역별로 개혁의 정도와 내용이 상이한 문제가 남아있다. 국가별, 지역별로 어느 정도 통일성있는 규정개정작업을 계속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금융분야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유명한 Anat Admati 스탠포드대 교수는 “금융분야 개혁은 초점을 빗나갔고, 그 결과 금융분야의 안정성이 놀랄만큼 취약하다는 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른바 ‘대마불사’급 금융기관들이 자기자본이 아닌 빌린 돈(예금)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행태를 바꾸는 것 만이 유일한 해결책”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스템 개선을 통한 안정화 노력도 중요하지만, 금융기업들이 과거 파생상품 투자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쫓으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윤리코드 몇 개 항목을 새로 도입한다고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다. 아무리 안전성을 강화한 자동차라도 위험하게 운전하면 본인은 물론 타인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경제위기를 통해 배운 평범한 교훈을 금융분야가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