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개막 – Crystal Awards, 세상을 바꾼 예술가들

20일, 다보스포럼의 시작을 알리는 오프닝 행사와 함께 크리스탈 어워드 (Crystal Awards)가 열렸다. 다보스 포럼에서 매년 수여하는 크리스탈 어워드는 더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한 문화예술계 리더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한 상이다. 후보는 1991년 힐데 슈바브 슈바브 재단 회장이 설립한 World Arts Forum에 의해 선정되며, 전세계 아티스트들에게 문화간 소통 플랫폼으로서의 국제적인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2015년 21번째 크리스탈 어워드의 수상자로 일본인 건축가 반 시게루(Shigeru Ban),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독일의 그래미어워드 수상 아티스트이자 서아프리카 베냉 공화국 출신 활동가인 안젤리크 키드조 (Angélique Kidjo)가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종이를 재료로 한 인간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건축으로 유명한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는 2014년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수상자이기도 하다. 특히 1994년 르완다 내전,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2008년 중국 쓰촨 대지진,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 전 세계 재난, 분쟁지역을 돌며 종이, 대나무, 천 등 저렴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로 난민 보호소, 교회, 학교 등을 세우는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기존 건축물들은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건축가로서의 능력을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똑같이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히며 다시 한 번 그의 숭고한 건축 철학을 드러냈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프랑스 ‘퐁피투 메츠 센터’ 가 있으며 한국에도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클럽하우스, 서울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조각공원 내 설치되었던 ‘페이퍼테이너 뮤지엄’ 등의 건물을 지은 바 있다. 그 중에서도 그가 디자인한 '스퀘어드 토일렛 페이퍼(Squared Toilet Paper)' 네모난 두루마리 화장지는 더욱 눈 여겨 볼 작품이다. 둥근 원형의 일반 화장지와는 다르게 화장지를 한 칸씩 쓸 때마다 걸리는 느낌을 받아 절약을 유도한 디자인이다. 단순함에서 변화를 이끌어낸 그의 아이디어가 무척 신선하다.

또 다른 수상자인 안드레아 보첼리는 ‘타임 투 세이 굿바이’라는 명곡으로 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성악가이다. 시각장애를 딛고 8천만장의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테너 가수로 활약 중이며, 또한 개인 재단을 설립하여 질병과 빈곤, 소외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MIT공대와 함께 진행하는 협력 프로젝트 “Challenges”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일상 활동들을 능동적,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특히 이번 포럼에서도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한 기술 등을 다루는 ‘시각장애의 끝’ 세션에 연사로 참여할 계획으로 알려져 관심을 두고 있다.

마지막 수상자인 안젤리크 키드조는 아프리카 베넹 출신 싱어송 라이터로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실력파 디바이다. 아프리카의 원초적 에너지를 흥미롭게 담아내는 공연으로 잘 알려진 그녀의 열정은 아프리카 여성들의 교육이라는 음악보다 더 큰 주제를 향해있기도 하다. 유니세프 친선대사에 임명되어 아프리카 여성들의 교육을 위해 노력해온 그녀는 바통가 재단(Batonga Foundation)의 공동 설립자이다. 그녀는 수상소감에서 교육이야말로 국가가 국민들에게,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투자이며 제3세계가 빈곤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다보스 포럼에 오랜 기간 함께 자리하며 전 지구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왔다. 문화예술은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는 데 색다른 관점을 제공해주고 사람들의 숨은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영감과 상상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나 임팩트가 적을지라도, 혹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더라도 문화예술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문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예술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세계를 보는 창이 된다. 문화사업은 정신적 환경을 정화시키는 사회적 환경사업이라는 차원에서 문화콘텐츠 사업이 가지는 의미를 이번 다보스포럼 크리스탈 어워드 수상자들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