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 사이트에는 포럼 참가자들이 글을 올리는 블로그가 운영되고 있다. 아래 내용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다국적 엔지니어링 기업ABB의 CEO Ulrich Spiesshofer가 에너지효율을 주제로 WEF사이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을요약한 내용이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어떤 요소들을 갖춰야 할까? 리더십, 기술력, 인적자원, 기업문화 등 다양한 요소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업(業)의 특성상 에너지 사용이 많은 기업에게는 반드시 추가해야 할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에너지 효율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가 제조 및 전력 산업계 300명 이상의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응답자들이 에너지 효율은 향후 20년 간 기업의 성공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에너지 비용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다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에너지 효율은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앞으로 에너지 효율을 얼마나 더 높일 수 있을까?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업계에서 지난 20년 동안 상당한 진전이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산업 중 하나인 제강업계의 많은 기업들은 용광로를 전기로로 전환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이전보다 거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전기로를 사용하는 제강기업 중에서도 국가별, 지역별로 편차가 있다. 예컨대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브라질의 에너지 소비는 일본보다 1.5~2배 더 많다. 에너지 절감 잠재가능성은 약 40%, 또는 250Mtoe(2억5천만 석유환산톤)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프랑스나 브라질의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 해당한다.  
에너지 소비량이 세번째로 많은 시멘트 산업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주요 시멘트 생산국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들, 예컨대 멕시코, 독일, 미국과 동일한 에너지 효율을 갖게 된다면, 업계 전반적인 에너지 소비량은 약 20%, 50Mtoe까지 줄어들 것이다.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 증진을 위한 노력과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EIU 조사에서 응답자의 75%는      에너지 효율을 증진하는데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이러한 장애요인이 많은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IU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은 재정적 이점을 확실히 증명할 수 있는 사례의 부족,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 부족, 에너지 효율 제고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실행 방안에 
관한 정보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28%는 재원이 넉넉하지 않을 경우, 가용 자본을 비용 절감 방안에 투입할지 아니면 성장 기회를 누릴 수 있는 방안에 투입할지를 놓고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71%는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서 “어떤 게 에너지 효율을 뜻하는지를 알 수 있는 보다 명확한 벤치마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벤치마크에 대한 동의가 없고 성장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과 관련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을 높임으로써 어떠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그리고 예측가능하고 명료한 규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정치권과의 협력도 지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