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들은 왜 다보스로 모이는가?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에는 글로벌 기업, 왕족, 미디어 & 금융 전문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분야의 전 세계 리더들이 일상의 업무를 접어두고 모인다.

그들이 다보스로 몰려드는 이유는 다보스에서 모든 지구촌의 의제가 만들어지고 미래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내어 놓는 문제들에 대한 혜안도 주목해야 하지만, 그들이 제시하는 현안이나 문제들 또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보스로 모여드는 리더들의 움직임을 주목하라.
그들이 움직이는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면, 전 세계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美 국무장관 개막연설

23일 저녁 18:20부터 약 30분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개막연설이 있어 참석했었습니다.
미국 발 서브 프라임 신용시장 붕괴로 인해 세계경제가 침체의 기로에 있기에 미 국무장관의
연설은 그 어느때 보다 더 관심을 끌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과 세계 여타 국가간의 어떠한 협력을 통해 상호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가"에 대해 말하였습니다. 연설 중에 "정치적 경제적 자유, 자유시장, 공정무역, 인권, 평등권, 법치주의"가 "미국적 현실주의"라고 칭하며 이를 통해 미국은 적합한 경제성장모델 추구, 민주주의 고취, 차이를 극복하는 외교적 역할이란 세가지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경제성장과 관련해서는 특히 지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에서도 강조된 시장개방의 내용을 담고 있는 도하개발어젠다 내용을 중시 여길 것이라고 말해 한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도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더 확고히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재의 미국 경제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견고한 바탕이 있으며 경기부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경제침체가 대세일지 아니면 세계최대시장인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사태를 역전시킬 수 있을지 자뭇 궁금하군요.

작년 다보스포럼의 핵심 주제였을 뿐 아니라 올해 역시 핵심 주제로 선정된 기후 변화에 대해서는 미국도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역할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과연 미국내 경기침체를 우려하여 교토의정서에 서명을 하지 않은 미국이 어떤 식의 정책들을 내놓을지도 두고 봐야 할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이라크와 이란을 언급하며 미국은 영원한 적은 없으나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는 단호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라이스 장관을 뒤로하고 홀을 빠져 나오면서 저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경제대국의 역할이 증가하고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는 등 세계경제시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Opening Plenary - 개막총회

콘돌리자 라이스 美 국무장관의 개막연설에 이어서 바로 라이스 장관을 비롯하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수상, 제임스 미던 JP 모건 사장, 헨리 키신저 전 美 국무부 장관, K. V. 카마스 인도 ICICI은행장, 데이비드 J. 오릴리 美 쉐브론 사장, 인드라 K. 누이 펩시콜라 사장, 왕지안주 차이나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장 등 2008 다보스포럼 공동의장들이 참석한 개막총회가 있었습니다.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은 민주주의 정착를 통해 중동평화를 공고히 할수 있다고 말하였고 제임스 디먼 JP 모건 사장은 기업은 넓은 의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하고 세계화의 추세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말하였습니다.

키신저 전 美 국무장관은 라이스 현 美 국무장관의 연설내용에 동의하면서 이란의 핵무기 문제를 거론하는 순간 북한을 악의 축으로 말하였던 부시 美 대통령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세계화가 기아문제를 가속화하고 공고히 한다는 논리가 만연되어 있다는 K. V. 카마스 인도 ICICI은행장의 발언에 라이스 장관은 교육확대와 여성의 사회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하여 포럼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인드라 K. 누이 펩시콜라 사장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 정부는 기업들과 함께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 시켜야 한다고 말하며 카마스 은행장의 발언에 답하였습니다. 데이비드 J. 오릴리 美 쉐브론 사장은 저도 관심이 많은 세계에너지시장에 대한 토론에 기대감을 표현하였고 마지막으로 왕지안주 차이나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장은 기후변화를 위한 상호 협력의 중요성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세계에 얼마나 많은 이슈들이 있는지 해결을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 앞으로 삼일간의 토론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 같습니다.

Opening Remark - 세계의 적
콘돌리자 라이스 美 국무장관의 개막연설 전에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카니스탄 대통령과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라헨드라 K. 파차우리 UN산하 정부간 기후변화합의체(IPCC)의장의 연설이 있었습니다.

하미드 카리자이 아프카니스탄 대통령은 현재 주변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리즘에 대한 연설을 하였습니다.
9.11 테러, 파키스탄 페샤와 이슬람사원 폭탄테러 등을 예를 들며 테러는 점차 심각해 지고 있는데 세계는 타성에 젖어 더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각성을 촉구하고 주변국들에게는 강력한 대테러 정책을 요구하였습니다.

라헨드라 K. 파차우리 IPCC 의장은 정부간기후변화합의체 의장답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에 대한 말하면서 지금 당장 변화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을 끈 말은 상호협력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 그의 멘트였습니다. 참석하신 분들도 공감하셨겠지만 "지구온난화 문제 극복으로 다른 다자간 문제해결의 선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코멘트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각 국별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개방하면서 세계는 점점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습니다만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기에 아주 작은 사항이라 여겨지는 것 하나라도 쉽게 합의되고 넘어갈 수 없습니다. 특히 문화 차이가 많이나는 국가간의 협력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라는 전 세계적 문제를 대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이 선례는 분명 미래의 후손들에게는 상호번영의 나침반이 되지 않을까하고 파차우리 의장의 코멘트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쿄토를 넘어서: 협력이 가능할까?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스위스 도착전 부터 점찍어 두었던 세션에 참가하였습니다.
대구에너지환경, 대성청정에너지연구소 등의 Environment 관련 사업을 하는 계열사들이 있기에
혜안도 얻을 수 있고 작년 다보스 포럼에서 심도있게 논의 되었기에 토론이 어떻게 발전되고 있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의장으로 들어 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시겠지만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참가자들이 왜 이런 토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안되었었습니다. 그래도 올해는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제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의식을 전제로 한 토론이어서 작년에 비해 토론의 진전이 있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첫째, 어떻게 북반구의 선진국들과 남반구에 위치한 개도국간의 격차를 인정하고 정책을 실현할 것인가? 둘째 기업들은 어떻게 탄소감축 기술에 투자할 것인가? 셋째 기후변화 방지첵으로써 아마존 밀림과 같은 자연림을 보호할 것인가? 넷째, 미국과 중국은 이러한 이슈들에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였습니다. 물론 즉각적인 해결책은 없다지만 일단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에 상호협력이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는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장 큰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탄소거래시장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있었습니다. 최우선 과제로는 정확한 측정기준과 국가간의 단일회된 기준 설정을 꼽았고 기업을 비롯한 대중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로 논의되었습니다.

물론 탁상공론인 화제도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한다면 누가 먼저 해야 하겠냐는 문제이지요.
남반구는 북반구에서 초래한 문제이니 북반구에서 먼저해야 한다고 하고 북반구는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하며, 미국은 중국과 인도와 같이 급격히 탄소배출량이 늘어나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고 말하고 중국과 인도는 미국이 자신들을 경계하여 경제성장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말합니다. 서로 배려하려는 마음이 아쉽기만 합니다.

세션을 마치고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 세계는 쿄토의정서 시행으로 과연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어떻게 하겠느냐의 문제보다는 새로 생성될 탄소배출권시장 선점에 관심이 더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들은 과연 이러한 세계 경제정책의 급변속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또 국가경제력의 필요충분조건이 될 탄소배출권시장 선점에 대해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다보스에 참가한 한국 리더들의 소감
25일 점심 때 매일경제 주최로 한국측 참가자들이 모여서 점심을 함께하며 다보스 포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아래 각 참가자들의 소감을 간단히 정리해서 올립니다. 많은 이야기 중에서 좀 추려서 올립니다.

퍼가실때는 기록을 꼭 남겨주세요.


다보스 참가자들의 소감

(문정인 연세대교수)

-다보스 참가자들은 부유하고 유명하며 리더라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논의의 장이라는 느낌

-세계적인 사람들도 2-3분 스피치하고 인테랙션 하는 방식으로 석학의 지식을 전달케 하는 방식이 돋보이는 포럼

-다보스가 신흥 중동국가를 유인하는 방안으로 기업인들을 만나게 하고 경제협력과 투자문제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논의의 장을 만드니 팔레스타인 대통령,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이스라엘 대통령, 파키스탄 대통령등 많은 주요지도자들이 참석

-아시아 올드파워 일본의 위상약화의 위기감이 느껴지고 이에대한 일본의 적극적 대응으로 후쿠다총리를 비롯한 대규모 정계, 재계 인사의 방문활동과 일본 브랜드 적극 홍보

-아시아의 중국과 인도, 말레이시아 등의 부상이 눈에 띄며 파워와 국제위상의 역학관계를 느낄 수 있는 자리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세계경제의 현실적 문제를 토론의 장과 미디어를 동원하여 동시에 논의하는 자리로 의미가 크며 세계경제 특히 미국중심으로 심각한 상황인데 금년도 한국경제의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느낌

-금융시장의 불안이슈가 확산대면서 파생상품의 대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가?, 미국 경기침체를 막을수 있는 협조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가?, 중국중심의 아시아의 역할이 선진권 경기침체를 부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등의 긍정적 시나리오와 부정적 시나리오 토론

-미국의 금융과 실물의 문제로 심각한 상황인데 유럽은 아직 실물부문에 본격적 후퇴기조가 보이지 않으니 중동과 아시아의 협력과 분담을 희망하는데 투명성과 새로운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마켓의 등장이 필요

-세계경제의 낙관론보다는 비관론이 더 많이 나오는 현장에서 금년도 우리나라 경제의 적절한 대응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하겠다

-사공일 위원장의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친기업적 정부정책 발표는 적절했다고 보며 다보스를 전략적으로 더 활용해야 겠다


(홍석주 한국투자공사사장)

-중동과 아시아의 성장과 자금력 증가에 따라 미국과 유럽이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파워쉬프트 문제가 생기니 이에대한 우려가 굉장히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헷지펀드, 프라잇펀드 등 현재 문제가 많지만 아직 대처시스템과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못만들고 있고, 미국이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규제가 쉽게 이루어 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왜 이렇게 좁은 마을에서 포럼을 할까 생각해보니 여러사람과 자주만나고 그 자리에서 결론을 유도하고 함께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생각하니 이런것이 다보스 포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과 인도 그리고 중동 등 신흥 파워국가들의 역할과 투자패턴을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

등을 했다고 함께 공유했습니다. 

물의 진정한 가치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세계 물부족현상에 대한 연설을 듣고 생각했던 내용들이 논의 되었던 세션이었습니다.

공공요금으로 분류되어있는 상수도는 그간 최하위층을 위하여 가격이 너무 저렴했던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현재 세계시장에서 물이 거래된다면 얼마로 계산이 될까요?

아마도 수도세 인상이 현실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보스에서는 물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중국만하더라도 이제 물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왔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물수급은 에너지수급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이 물도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이유야 굳이 설명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겁니다.

혹자는 80-90%가 그냥 사라지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이용해야하지 않냐고 말합니다.
물론 지구의 절반 이상도 물이니 담수화 시키면 괜찮을거라지만 지구환경을 위해서 쉽지 않는 일입니다.
먼저 시행되야 할 것은 낭비되고 있는 물부터 소중히 쓰여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탄소 시장
탄소거래에 대한 논의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도 기후변화 대응이 늦었기에 탄소배출 제한의 문제는 기업들에게는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다른 글에서도 잠시 언급하기는 했습니다만 탄소거래시장의 탄생은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오히려 이를 막으려는 의견도 많습니다.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 각국 정부들이 이에 부합하는 벌금을 부과 함으로써 충분히 탄소 배출을 억제 할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탄소시장의 탄생은 경제적으로 참으로 매력적이어서 시장의 탄생을 쉽게 막을수는 없을 것같습니다. 그러나 탄소배출억제라는 궁극의 목적이 경제적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으로 왜곡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올해는 세계경제침체라는 큰 이슈에 가려져 다보스에서만 기후변화에 대해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는군요

반기문 UN 사무총장 연설 - 물부족현상
2005년 APEC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루면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세계 각국 외교 인사들 사이에서 명망을 많이 얻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제는 UN 사무총장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기에 저의 일처럼 설레이기도 합니다. 올해 다보스에서는 세계적 문제인 물부족현상에 대해서 발표하였습니다.

한국내에서는 수단 다푸르 가뭄으로 20만명이 사망하고 수백만명이 물을 찾아 집을 떠났다는 뉴스는 그리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사가 아닙니다. 양쯔강이 황해에 다다르기도 전에 말라버리고 있다는 소식도 관심있는 뉴스가 아닙니다. 현재 세계는 46개국 27억명이 물부족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으며 추가로 56개국 12억명이 정치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60억 세계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치입니다.

그러나 수도세가 오르게 되고 물부족으로 공장의 생산단가가 높아지고, 쌀이 재배되지 않기 시작하는 등 문제가 표면화 될 때는 수단의 예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요?

물이 부족하다는 말은 많이 있었으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처럼 마지막 기회일 수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형성되어야만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