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는 정말 거품인가

Source: REUTERS/Benoit Tessier

가상통화(암호화폐)에 대한 찬반 논쟁은 이곳 다보스에서도 뜨겁다.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인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영국이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다보스에서 있었던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을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일 가상통화와 관련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속에 포럼에서도 가상통화에 대한 세션이 열렸다. 지난 25일 열린 “가상자산의 거품 (The Crypto-Asset Bubble)” 세션에서도 방청객이나 패널들의 가상통화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세션 시작에 앞서 가상통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4명의 패널 중 2명만이 찬성한다고 밝혔으며 방청객들도 찬반으로 나뉘는 분위기였다.

가상통화를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한 건 Index Ventures SA의 공동창립자인 Neil Rimer였다. 과학 분야 벤처 투자가인 그는 비트코인이 자신이 지금까지 목격한 수많은 발명 중 가장 대담하고 엄청나다며 비트코인이 생긴 지 9년이 되었지만 몇 가지 문제들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잘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비트코인이 실패할 확률도 분명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놀라운 많은 일을 이루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Radian Partners의 Jennifer Zhu Scott도 비트코인 찬성론자였다. 그녀는 언론이 너무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에만 신경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상통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Robert J. Shiller 예일대 교수는 가상통화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비트코인은 흥미로운 실험이지만 우리 생활에서 영원히 사용될만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비트코인이 투자자들의 투기를 위한 이기적인 화폐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비트코인이 완전히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부총재인 Cecilia Skingsley도 비트코인이 시세 변동이 너무 심하고 안정적인 시장가치를 지니지 못했다며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는 화폐라고 할 수 있는 기준에 미달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화폐로 인정하기 시작하지 않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녀는 그래도 아직 세금은 엔화로 걷는다고 맞받았다. 그녀는 또 스웨덴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대체할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CBDC)인 e-Krona의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가상통화에 대한 찬반 의견은 분명했지만 가상통화가 화폐로서의 기능을 하기엔 부족하다는 점은 패널 모두 인정하는 듯했다. 세션 말미에 모든 전통적 화폐와 가상통화를 통틀어 10년 후 어떤 화폐가 가장 영향력 있는 화폐가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가상통화를 지지한 패널들 조차도 가상통화를 지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Robert J. Shiller 교수는 EURO를 지목했으며 가상통화 찬성론자인 Jennifer Zhu Scott도 중국이 만약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CBDC)를 발행한다면 가장 영향력 있는 화폐가 될 수 있다며 현재 운영 중인 가상통화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다른 2명의 패널은 답을 피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상통화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앞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통화가 더욱 활성화될지 아니면 단지 거품으로 끝날지 아직까지 확실한 답은 없다. 단, 이번 세션의 패널들은 가상통화가 화폐가 아닌 자산의 개념으로만 본다면 아직까지는 가치가 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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